[노민호의 자치(自治)통찰=뉴스피크] 출마하지도 않는 내가 이번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살아보니 대체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안 좋은 일이 많고 정안수 떠놓고 저주하는 사람들은 주로 행운이 오던데 이번 경선도 이런 복잡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다. 컷오프 되어서 속이 시원했던 경우도 있고, 곰 같은 여우짓을 부려서 마땅히 컷오프 되어야 할 사람이 경선도 없이 올라간 경우도 있다. 반드시 뒤집어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은 그렇게 하기도 했다.
성경을 매일 필사하는 일이 쉬울까. 그렇지 않다. 보통의 노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경선도 비슷하다. 성격 급한 사람은 화딱지가 나서 못 견딘다. 차분히, 꾸준히, 끈기 있게 가는 사람이 이긴다. 여기에 시스템을 잘 갖추면 길이 훨씬 편하게 열린다. 이번에 그 가능성 몇 가지를 확인했다. 앞으로 이걸 더 다듬어서 확장해 볼 생각이다.
정작 내내 마음에 걸렸던 것은 다른 데 있었다. 나는 후보들을 보면서 한 가지 질문을 자꾸 떠올렸다. 당신은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 동문회에서 정해 주니까 나가는 것도 아니고, 옆 사람이 하니까 따라 가는 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왜 하는가.
정말 묻고 싶었다. 그런데 당당하게 답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어쩌면 삶의 진실이 말로 옮기기 어려운 것처럼 출마라는 결심도 그런 영역에 속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라면, 자기가 왜 그 길에 섰는지는 한 줄로 정리되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름값이라는 것이 그래서 있는 것이다. 정치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싶다면 그 이름에 값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정명(正名)은 거창한 말이 아니다. 자기가 누구이고 왜 거기 서 있는지를 스스로 답할 수 있느냐, 그게 전부다.
이유 없는 출마에는 태도가 깃들 자리도 없다. 태도가 없으니 정치도 없다. 남는 것은 자리에 대한 욕심뿐이다.
화류계 생활 30년에 남은 건 빵꾸난 나이롱 빤스 몇 장이라더니, 정치 인생 길게 한 사람 치고 훌륭한 삶을 사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다. 처음 시작할 때의 이유를 끝까지 붙들고 가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더 묻고 싶다. 지금 막 출발선에 선 사람들에게. 당신은 왜 하려고 하는가. 그 답을 자기 입으로 한 줄 정리해 두었으면 한다. 그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그를 찍을 시민을 위해서도 가장 먼저 갖춰야 할 준비물이다.
참으로 아쉬운 말이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사람들 중에는 절대 그럴 것 같지 않았던 이들조차 '살림 배울 생각은 안 하고 서방질부터 배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모습에 변화가 조금이라도 생길까. 허무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하고, 또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 자치의 시간은 쌓여간다.
* 글 : 노민호 (사)자치분권연구소 시민교육원장(사학명문 노민호아카데미 원장)
